둘 다 꽤 옛날(?) 영화들인데, 그러고 보면 휴 그란트라는 배우도 참 연식이 오래되었구나. 은퇴한다 어쩐다 말도 많았고 엄청 큰 스캔들도 한 번 터졌고 했지만 놀라울만큼 오랫동안,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꾸준히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똑똑하고 지적인 배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웃기기까지 하니까 바랄 게 없지.(난 재미있는 혹은 웃기는 것에 지나치게 관대한 면이 있긴 하지만)

<비터 문 Bitter Moon>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화제작으로, 남자와 여자의 연애 과정에 있어서의, 그리고 프랑스 여자에 대한 갖가지 클리셰들이 몽땅 집합해 있는 것 같은 묘사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성애와 욕망에의 탐닉에 대한 묘사, 중간에 끊을 수 없게 하는 몰입도 높은 플롯에 강렬한 캐릭터와 빠른 전개 등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이거 쓰고 보니 좀 닭살돋네)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가 여주인공 미미 역을 맡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연기를 못한다(...) 그래도 다행히 오스카 역의 피터 코요테, 나이즐 역의 휴 그란트, 피오나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상당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에 여주인공의 연기가 슬쩍 묻히기도 하고, 사실 미미라는 캐릭터 자체는 대사 등보다는 반응과 행동의 극단성으로 캐리커처화된 캐릭터라서 어차피 비현실적 -_- 물론 그들이 경험하는 사랑의 시작과 중간, 끝과 구질구질한 연장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긴 하지만. 사랑의 시작은 다 다르지만 그 끝은 다들 비슷하다고 했던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오스카와 미미의 사랑이 그 극한에 다다랐을 때 오스카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던 미미의 모습. 정말 숨을 죽일만큼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저런 여자를 거부할 남자가 있겠나, 하는 전형적인 표현이 즉각 떠오를만큼 매혹적이었다.

<스몰 타임 크룩스 Small Time Crooks>는 내가 우디 앨런의 작품을 택할 때 기대하는 것들이 가득한 작품으로, 시니컬하고 웃기고 시원시원한데다가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정말 최고다! 졸부가 된 삼류 인생 전과자 부부 - 와 그 무리 - 가 상류층의 교양을 배우기 위해 매진하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인인 프렌치만 매진하는 거지만, 것도 재미있었고, 그 와중에 당연히 드러나는 상류층의 허세나 허위 의식, 교양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속은 텅 빈 속물성이 까발려지는 것도 어이없을만큼 웃겼다. 그런 상류층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휴 그란트가 맡은 미술품 중개인 데이빗.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윈저 담배 케이스를 뜻하지 않게 선물받았을 때의 그의 표정과 모습이다. 우와, 이 사람 정말 연기 잘 하는구나- 라고 절절히 느꼈달까. 그런데 교양없고 무식한 전과자라는 역할은 우디 앨런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는데- 그는 아무리 봐도 유약하고 말만 디립다 많은 지식인으로 보이니까. 그 큼직한 뿔테 하며 흐늘거리고 하얀 몸, 적은 머리숱까지. 그래도 부인 프렌치의 걸걸한 목소리나 큰 덩치와 대비되면서 더 웃겼으니 그걸로 만족. 프렌치의 사촌 메이 캐릭터도 재미있었고, 사실 레이의 무리들은 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프렌치의 쿠키는 한 번 먹어보고 싶더라. 추릅.

- 그러고 보면 내가 꾸준히 찾아보는 영화들은 휴 그란트 출연작들이 많더라. 난 사실 이 아저씨의 연기 스타일이나 발성, 제스처가 꽤 맘에 들기도 하고, 배우 자신도 지나치게 목에 힘을 주거나 진지하게 행동하지 않아서 좋다. 한없이 가벼운 느낌, 그래도 늘 일정 수준의 질을 보장하는 작품과 연기를 보여주고. 그냥 편하다-라고 할까.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고. 꽤 많이 봤다고 생각했건만 워낙 출연작이 많아서 다 보기도 힘들다. ㄱ-;;

Posted by 레이

2009/11/07 22:53 2009/11/07 22:5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asakaray.cafe24.com/tt/asakaray/rss/response/1066

Trackback URL : http://asakaray.cafe24.com/tt/asakaray/trackback/1066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 581 : Next »

블로그 이미지

■ e-mail & MSN | asakaray@hotmail.com ■ RAY'S - attic 2nd. http://asakaray.tistory.com/

by 레이

Categories

전체 (581)
블로그 공지사항 (5)
만화 이야기 (39)
지금은 독서중 (91)
영화, 드라마, 공연 (254)
미술 이야기 (85)
이도저도 아닌 잡담 (59)
여행, 기억의 창고 (44)
가끔은 이런 것도 (4)

Calendar

«   200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422315
Today:
244
Yesterday: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