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秋 - 유물 속 가을 이야기 Autumn in Art 展
2008.10.2 - 2008.11.16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 2000원, 도슨트 있음
http://www.museum.go.kr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가을, 秋 유물 속 가을 이야기 展>에 다녀왔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좋긴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는 의외로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잘 가지 않게 되어요. 게다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갔을 때의 그 황량한 느낌이 무척 강하게 남아 있어서, 추운 계절에는 가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전시는 워낙 평들이 좋았고, 외로운 싱글(...)로서 가을을 뼛속 깊이 느껴보고자;; 친구를 꼬드겨 갔다왔지요. 도슨트 시간은 상설 전시와 똑같은데, 도슨트 분이 설명을 열심히 해 주시려고 노력하셨지만 안타깝게도 그다지 전문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도슨트 분이 출력해 오신 자료를 나누어 읽어 보면서(...) 함께 관람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쿨럭.

아주 유명한 작품들이 즐비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작품들 중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적으로 전시한 기획 아이디어가 우선 눈에 띄더군요. 유명작들이 많은 경우에는 작품보다 사람들에게 치어서 제대로 관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워낙 이런 소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물론 대작도 좋아합니다, 결국 다 좋아한다는 거군요. 클클) 비단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라든지 달과 닮은 항아리, 연적을 비롯한 필기 용품들, 그리고 가을의 소리를 느낄 수 있게 영상 자료실까지 구비되어 있습니다.

가을은 방향으로 따지면 서쪽, 동물은 백호라고 해요. 그리고 식물은 국화. 덕분에 국화와 풀벌레를 다룬 그림들은 원없이 봤네요. 이런 초충도 외에도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벼 타작을 하는 남자들과 길쌈을 하는 여자들을 두 폭에 같이 그린 그림들. 그리고 갈매기와 오리, 갈대 그림도 많았습니다. 식물 중에 압도적인 것은 그래도 역시 국화지만요. 역시 산수화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금강산을 그린 작품들. 안견이 그렸다고 전해져 내려오는(이런 경우 전(前) 안견, 이라고 표기한다는군요) 산수도 외에도 정선, 심사정, 정수영, 김홍도, 김득신 등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안타까웠던 점이라면,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전시장의 조도를 낮추는 바람에 그림을 상세히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에요. 김홍도의 <세상 구경 그림行旅風俗圖> 같은 경우에는 그림 속 선비와 하인이 무엇을 보고 킬킬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유물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 쪽이 훨씬 낫지요.

초반에 전시된 그림 중에는 중국풍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 이색적입니다. 몇 미터나 되는 길이의 비단폭에 조선의 사계절을 그렸는데, 산수나 사람들의 입성, 풍속 등에서 중국의 느낌이 강하게 풍겼어요. 그림 설명에도 북종화와 남종화의 특성을 고루 섞은 작품이라고 되어 있었으니, 아마도 영향을 받긴 받았던 모양이지요. 도슨트 분의 말씀에 의하면, 당시의 화가들에게 중국이란 일종의 이상향과 같은 공간이어서 평생 한 번도 중국에 가 보지 못했으나 내내 중국의 산수와 풍경을 그렸던 화가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하긴 요즘에야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외국 여행을 한 번 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겠지요. 허가받기도 까다롭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을 테고요. 그에 반해 뒷쪽에 전시된 그림들에서는 "조선"의 향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묘하게도 이 쪽에 상대적으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더 많아요. 꽃도, 벌레도, 갈대도, 휘영청 밝은 달도, 사람들의 입성에서도 모두 우리 고유의 소박한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와서 훨씬 친근하고 편안한 기분이 되더군요.

서양화와 달리 먹의 농담만으로 계절감과 공간감을 모두 표현해내는 동양화의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림자를 사용하지 않기에 입체감이나 원근감에서 오는 사실적인 느낌은 덜하지만, 대신 몽환적이고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지요.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한국화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서양화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서양화의 그 명료하고 쨍-한 분위기로는 이런 그림들을 그리긴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김득신, 갈대와 기러기蘆雁圖

이 밖에도 정조 대왕이 그린 국화도라든지, 김두량의 <달밤 산수月夜山水圖>도 좋았고, 워낙 커서 반씩 구운 뒤에 이어붙여야 했다는 달 모양의 백자들도 투박하지만 진중한 맛이 있었지요. 마지막에 걸려 있던 숙종이 쓴 현판(?)은 어떤 식으로 제작했는지 무척 궁금해요. 나무 위에 쓰고 나머지 부분을 깎아낸 걸까나? 관람이 끝날 때 즈음 모 대학교의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오시는 바람에 갑자기 번잡해져서, 저와 친구 둘을 위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신 도슨트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드리고 나왔네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보실 리가;;)

가게 되시면 설명은 꼭 들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도슨트 분들이 가지고 계신 자료에 전시되어 있는 한시들의 해석도 들어 있었어요. 전부 다는 아니었지만. 성삼문과 강세황이 쓴 시 몇 수들을 음미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캬- 하는 소리가;; 그러나 한자에 약해서(...) 제가 직접 해석을 할 수는 없었네요. 어머니를 모셔 갔으면 한시를 다 읽을 수도 있었을 텐데! 크흑.

전시 설명 | 출처 : http://www.museum.go.kr

전시는 도입부인 ‘가을을 말하다’와 1부 ‘가을을 그리다’, 2부 ‘가을을 느끼다’, 3부 ‘가을을 노래하다’, 4부 ‘가을을 거두다’ 의 5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도입부 ‘가을을 말하다’에서는 가을의 자연과 절기, 가을의 상징을 소개하여 가을이 옛 선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보여준다.

1부 ‘가을을 그리다’에서는 옛 선인들이 가을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가를 가을 풍경을 그린 산수화를 중심으로 전시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명승지 중 하나인 가을 금강산(풍악산)을 그림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안견의 그림으로 전하는 ‘사계절 산수四時八景圖’, 김두량·김덕하의 ‘사계절 산수四季山水圖’, 김홍도의 ‘한정의 국화 감상閒亭品菊’ 등이 전시되며, 풍악산 그림으로 정선의 ‘풍악도첩楓嶽圖帖’, 정수영의 ‘해산첩海山帖’ 등이 소개된다.

2부 ‘가을을 느끼다’에서는 가을 향기를 전해주는 가을꽃 국화 그림과 국화가 그려진 도자기가 전시되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해 주는 가을 풀벌레와 기러기 등이 그려진 그림이 전시된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의 ‘국화菊花圖’, 꽃그림에 능했던 신명연의 ‘국화菊花圖’, 심사정의 ‘국화와 풀벌레黃菊草蟲圖’, 김득신의 ‘갈대와 기러기蘆雁圖’ 등 회화 작품과 청자 국화무늬 병, 청자 국화무늬 합 등이 전시된다.

3부 ‘가을을 노래하다’에서는 풍요와 여유, 그리고 외로움, 쓸쓸함 등 가을의 정취를 노래한 향가와 시, 시조 등과 함께 가을의 정서와 한가위의 기쁨 등을 담은 편지글이 소개된다.

4부 ‘가을을 거두다’에서는 가을 농가의 추수하는 모습 등을 담은 경직도와 풍속화 등을 통해 풍요롭고 넉넉한 가을의 정서를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세시기 등 문헌을 통해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 풍속을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김홍도의 ‘벼 타작’과 ‘세상구경 그림行旅風俗圖’을 비롯하여 한가위 보름달을 닮은 백자달항아리 등이 선보인다.

-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아래를 눌러주세요. :)
물론 사진 퀄리티는 엉망진창입니다;;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은 허가되더군요.


Posted by 레이

2008/11/03 20:30 2008/1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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