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 점점 지지부진해지는 스토리에 흥미가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오늘은 시간대가 잘 맞아서 앉아 보고 있었다.

수혁이 너무 불쌍한걸. 도대체 저렇게까지 비참해질 수 있단 말인가. 갈 데까지 갔구나. 그래도 태영이 확실하게 잘라주는 게 나았다. (「태영아, 할 말 있어.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꼭 해야 해. 잠깐이면 돼.」..차라리 그런 말 할 시간에 본론을 말해라, 본론을! -_- 서론이 너무 기니까 중도 편집당하는 것이다.)

mp3가지고 만지작거릴 때부터 불안하다 싶더니 역시 사고를 당하는 수혁.
"저렇게 좋은 차에 에어백이 없다니, 비현실적이야." 라는 동생의 비판을 뒤로 하고 수혁은 엄마만 기억하는 부분기억상실이 된다. 지난 일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태영과 기주에게 존대말을 써 가면서 환한 웃음을 짓는 수혁의 모습을 보며 둘은 가슴아파한다. 그리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떠나는 둘을 가만히 바라보는 수혁.

「잘 가. ...태영아.」

순간, 소름이 쫘악~!
둘을 위한 희생에 감동받아서? 아니,

무서워서 ㅠ.ㅠ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더위를 싹 씻어줄만한 공포장면이었다.
그 뒤의 「사랑한다, 태영아」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운 놈이야, 넌..
저런 자연스러운 연기라니, 도대체 수혁이는 정말 싸이코였던 건가!


네티즌의 항의에 의해 '모든 것은 강태영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현실의 그들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실제가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는 공개된 결말이 급히 수정되었다고 한다. 원래 결말이 훨씬 참신하고 좋았던 것 같은데 어째서 항의하는 거지? 트렌디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의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파리에 가서 다시 재회한다는 둥의 이야기로 끝나는 건가. 파리를 다시 보는 건 좋지만 그런 식의 결말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소수파 네티즌은 힘이 없다.

그나저나, 수혁이 정말 무서웠다. (강조)
하지만 이동건의 턱선은 볼 때마다 감탄스럽구나. 핫핫. (어째서 갑자기 그런 결론이;)

Posted by 레이

2004/08/14 16:10 2004/08/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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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아마 "13 3/4살이 된 아드리안 모올의 비밀 일기"였던 것 같다. 14 3/4였는지 13 3/4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원제는 The Secret Diary of Adrian Mole Aged 13 3/4 : 13 3/4 살이 된 아드리안 모올의 비밀일기)
오늘 읽었는데, 치매 증상인가. _| ̄|○ (쿵)

상당히 재미있다는 추천을 받고 읽었는데, 생각보다는 시큰둥했다. 게다가 내가 이런 "일기" 류의 글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감안해봤을 때, 기대가 너무 컸던 게 아닌가 싶다. 하긴 오늘 이 작품을 읽을 때의 내 상황이 그다지 안 좋긴 했으니 상황의 탓도 컸던 것일 테지.

(* 당시 상황 : 아마도 한 달은 안 팔렸을 것 같은 퍽퍽한 대량생산용 소보루 빵을 한 개 반 먹고, 물기라고는 없는 팥앙금이 든 작은 파운드 케익을 두 개 먹었는데(돼지인가-_-+), 깜박 잊고 우유나 물을 사오지 않은 것을 깨닫다. 목은 마르고, 햇빛은 쨍쨍하여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들어가 있던 건물은, 겨울에는 머리카락 끝까지 얼릴 정도로 추운 주제에 여름에는 왜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냐. 방학이라 강의실 내의 선풍기도 작동시킬 수 없다. 건물을 방학 기간 동안 다시 짓는다는 학교의 야심만만한 계획 덕분에 밖에서는 빵 먹는 내내 쿵쿵거리는 공사장의 벽돌 소리. 아무튼 그런 환경에서 나는 "비밀일기"를 읽고 있었다. 설상가상, 잠은 왜 그렇게 오던지, 원.-_-)

아드리안 모올은 귀엽다. 아드리안이 여자 아이였다면 더 재미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실제로 나는 <키다리 아저씨>의 숭배자이기 때문이다. 제르시아는 아드리안보다 훨씬 나이가 많긴 하지만..
게다가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쓰여져 있어서, 묘한 현실감이 있다. 다이애나 비는 이미 죽고 없지만. 실제로 영국인들의 황실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이 있긴 있나 보군.

특히 기억나는 재미있는 장면. 빨간 양말을 학교에 신고 간 아드리안은 선생님으로부터 아버지를 모셔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학교에 가는데, 「..아버지는 국회의원에게 항의하겠다고 교장 선생님을 위협했다. 교장 선생님이 이 지방의 국회의원이 누구냐고 묻자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는데- 어딘지 어쩔 수 없는 아빠야..라며 한숨을 내쉬는 똘똘한 아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바람에 실컷 웃었다.

그러고 보면 어른인 소설가가, 어른스러운 꼬마아이의 일기 형식으로 쓴 소설이 꽤 많은 편이다. 이런 형식이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걸까? 아무래도 어린 아이가 쓴 글(으로 설정되어 있는) 이니만큼 관점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도 직설적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할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 물론 그 방식은 어른들이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고, 거기에서 재미가 온다. TV오락프로 중 <전파견문록>이 이런 스타일을 차용하고 있는 듯.

어쨌거나 오늘 <비밀일기>와 <빨강머리 레드메인즈>, 두 작품을 빌렸는데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대신에 이 작품을 읽어버렸으므로, 왠지 감수성이 풍부해진 기분이다. (응? 어째서?;;)
그나저나 책들이 무거워서 학교 사물함에 넣어두고 왔는데, 언제 찾아와서 보나. 요즘은 더워서 꼼짝도 하기 싫건만.

Posted by 레이

2004/06/23 15:42 2004/06/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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